2009년 11월 08일
하나의 언덕을 넘으며
드디어 논문을 탈고 하고 제출하였다.
참 무모한 도전이었다. 직장생활과 살림만 해도 버거운데 거기다가 무슨 배짱으로 대학원엘 덜컥 등록했을까? 그것도 상당히 늦은 나이에...정말이지 그냥 일 저지르는거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에 한 고생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 밥 벌이하고는 상관없는, 취미로서의 학문' 이라는 근사한 타이틀을 내걸고 시작했지만 처음 얼마간의 희열은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점입가경 비명이 나올지경이었고 논문학기에 이르러서는 스트레스까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 시작을 했으니 끝을 보자' 는 생각 때문이었고 그 밖에도 장학금을 받고 다니기 때문에 아마도 완주하지 못하면 그동안 받은 장학금을 다 토해내놓아야 될 것도 같고, 내 자신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계산도 있었겠다.
하지만 이까짓 석사학위 자체는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논문을 끝내고 이제는 그 야간 작업의 치열함에서 벗어나 멍하니 드라마에 열중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 종이 조각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별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고 후회하는가? 물론 그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그저 마라톤을 완주한 것 같은 한 줌의 뿌듯함 외에는 그 어떤 자랑스러움도, 그 어떤 대한한 학문적인 성과 등도 건질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 정도의 평판을 살짝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것 마저도 부끄럽다.
내가 일전에 논문 따위라고 표현 했듯이 정말 대단치도 않은 주제를 가지고 내내 씨름하면서 드는 회의는 이까짓 '세상을 요만큼도 변화시킬 수도 없는 시시한 문제'를 가지고 내가 이토록 고전을 겪어야만 하는가' 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건진 하나의 소산이 있다면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없을 것 같은 힘' 같은거다. 논문을 시작하기 전에 받은 중압감이 어찌나 컸었던지 그 터널을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터득한 것은 내 일상속의 직업적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는 그냥 해쳐나가면 되는 것 쯤으로 가볍게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이제 논문 심사라는 언덕배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나도 모르게 영향력 막강한 분을 논문 지도 교수로 삼았었고 그 분이 오케이 한 논문이니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 이제는 더 이상 일 벌이지 말자 제발.....
# by | 2009/11/08 09:15 | 트랙백




